느낌이 이상해. 긴토키는 눈을 감은 상태로 미간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추워. 창문이라도 열려있나 싶었던 긴토키가 미간을 찌푸린채 실눈을 떴다. 검은 무언가가 시야 언저리로 나풀거렸다. 그리고 제 목덜미를 뜨거운 무언가가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벌려진 허벅지사이에 자리잡은 무게와 열기도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제 옷이 허물어져 서늘하고도 습한 공기에 가슴팍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느껴졌다. 긴토키는 턱끝을 간질이는 그것을 치우려 손을 들었다. 덥썩 잡힌 그것은 따뜻했고, 부드러웠다. 손에 잡힌 머리통이 고개를 들었다. 날카로운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긴토키는 멍멍한 울림이 가득한 머릿속에서도 그것을 보고 피식 웃었다. 꿈 속에서도 저를 안고있던 이였다. “긴토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잠들기 전까..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닷새째 그칠줄 모르고 쏟아지는 비에 마을을 가르는 강의 줄기가 위협적으로 솟구쳐 있었다. 궂은 날씨에 일은 커녕 움직이기도 귀찮은 장마지만 밖으로 나와야만 하는 사정이 있었다. 그 사정인 즉슨 카구라가 며칠째 비를 맞으며 쏘아다니다 결국 독한 감기에 걸려버렸다는 것. 손이 많이 가는 꼬맹이라고 투덜거리며 긴토키는 제가 늘상 입던 유카타조차 접어두고 바짓단을 무릎까지 걷어올린 채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집을 나섰다. 카구라가 아픈 일은 드물었다. 그마저도 내내 비를 맞고 다니며 최근 며칠간 밥은 보지도 않고 과자만 퍼먹어서 그런 듯 했다. 그 대머리 아저씨한테 혼나겠지. 짜증에 짜증을 거듭 내면서도 긴토키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어.” 빨리 걷던 걸음이 우뚝 섰다. 건너고 있던 다리를..
히지긴? 20160812 낄낄거리는 남자아이들의 웃는 소리가 지척에서 울렸다. 그 녀석은 너를 싫어해. 그 새끼는 너를 증오해. 꺄르륵, 꺄르륵, 표독스럽게 웃어대는 여자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귀를 따갑게 찔렀다. 너는 버려졌어! 너는 쓰레기야! 흙먼지가 가득하게 묻은 옷자락이 찢어져 너덜거렸다. 바지가 스칠때마다 닿는 종아리의 생채기에서 멎었던 피가 배어나왔다. 얻어맞아 생긴 이마의 상처가 욱씬거렸다. 관자놀이 위로 기분 나쁘게 흘러내리는 핏물을 훔치지도 못하고 그저 발길에 채였던 배를 감싸쥐고 가만히 서 있었다. 아. 아프네. 소리내어 말하자마자 크게 진동하는 웃음들을 무시하며 발을 딛었다. 그 아무도 없는 골목길 안은 따뜻한 노을조차도 비치지 않았다. 차가운 응달, 서늘해진 체온. 손으로 짚는 벽이 ..
히지긴/현대물AU. 어장관리남 긴토키와 그 안에 든 물고기들로 히지긴 카무긴 오키긴 야마긴 등등...ㅋㅋㅋㅋㅋㅋ 20160724 여기에 꿀 묻혀놨냐, 해? 불퉁한 얼굴을 한 소녀의 뒷통수가 핸드폰 화면 언저리에 끼어들었다. 화들짝 놀란 긴토키가 전원버튼을 눌러 화면을 꺼버리자, 의심스럽다는듯 가늘어진 눈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긴토키는 그것을 모른척하며 다시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수상하다, 해. 요즘 대체 무슨 작당을 벌이고 다니는거냐, 요 녀석아. 있지도 않는 수염을 쓸어내리듯 턱을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으로 연신 쓸며 카구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 긴토키가 핸드폰을 완전히 손에서 내려놓자, 카구라가 그제야 긴토키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긴토키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학생이었다. 저 말고도 이 집에서 ..
au "담배 한 대만 빌려줄래요." 우산 아래로 낮은 목소리가 파고들어왔다. 발목으로 튀는 빗방울의 차가움이 털어버리기에도 귀찮을 정도로 작게 달라붙었다. 슬쩍 들어보인 우산의 앞에는 비에 홀딱 젖은 물 빠진 검은 머리카락이 비쳤다. 익숙하지 않은 적색의 눈동자가 서글서글한 미소를 띄우며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얼룩덜룩한 검은색의 염색한 머리카락 사이에서 언뜻 은빛이 보였다. 본연의 머리 색깔이 은색인걸까. 히지카타는 눈동자를 마주친 짧은 시간, 생각했다. 검은색 장우산의 크기는 컸다. 성인 남자 둘이 같이 쓰고 있기에는 작은 감이 없지 않았으나, 한 쪽 어깨를 적시는 것만 감수한다면 그럭저럭 함께 쓰고 있을만은 했다. 넉살 좋게 우산 아래로 침범해 온 그는 품 안에서 담배를 꺼내 드는 히지카타를 물끄러..
백업 열일곱. 나를 보지 않는 너라도, 그냥 나는 좋았다. [히지긴] 시선의 흔적 W. BP 너를 만난 것은 입학식, 처음 입는 빳빳하고 헐렁한 교복과 함께 들떠있던 날이었다. 벚꽃이 흐드러지는 그 날의 교정에서 나는 저 앞에서 시작된 훈화에 지루한 얼굴로 멍청하게 서있다, 나보다 뒤에 있던 너를 발견했다. 앳된 얼굴로 부루퉁하게 앞만을 지켜보던 너를. 다른 이였다면 칙칙하다고 했을 먹먹한 검은색 머리카락이 내 눈에는 어떻게 그리도 멋있게 보였는지. 곧게 뻗은 머리카락들이 엉망진창으로 흐트러져있던 내 머리카락과는 대조되었다. 어린 나이에도 제법 날카로운 눈매가 어쩌다 나와 마주쳤을 때, 나는 우습게도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짧게, 아주 잠시동안 나를 쳐다보는 시선임이 분명하지만 나는 뒷통수가 뚫릴 것 ..
아 씨바ㅋㅋㅋㅋㅋㅋ 타오른다!!!!! 범한다 긴토키!!!! 하, 하윽, 큭,…. 벌려진 다리 사이를 느릿하게 들어박는 흉기에 온 몸이 떨렸다. 눈 앞에서 터지는 하얀색, 별처럼 빛나는 그 아득한 너머는 짙은 쾌감만이 가득했다. 배경처럼 깔린 헉헉 대는 신음소리, 손 끝으로 희롱당하는 유두는 이제 욱씬거리며 아팠다. 줄줄 흘러나오는 신음소리에는 그만하라는 애원이 뒤섞여 있었음에도 위에서 흉흉한 눈으로 내려다 보고 있는 이는 그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발갛게 짓무른 눈을 겨우 돌려 베개로 파고들려하자 억세게 턱을 잡아챈 손이 허락없이 입술을 맞대고 혀를 집어넣었다. 하얀 머리카락이 침대를 지배하는 진동에 속절없이 흔들거리자 힘줄이 튀어나온 손은 거칠게 어깨에 걸려있던 파란 셔츠를 빼내었다. 이, 미친..
오키긴 히지긴 약간? 소고짝사랑에 카구라가 상담해주는거 너무 취향저격...... 빌어먹을. 오키타는 눈살을 찌푸렸다. 또 다시. 담배를 문 채 물끄럼하게 제 앞의 상대방을 보고있는 제 상사. 그리고 제게 뒷모습을 보인 채 짝다리를 짚고 있는 그. 오키타는 속으로 욕을 중얼거리며 짜증스럽게 돌아섰다. 떨리는 손마디로 허리춤에 찬 검의 손잡이를 잡고 오키타는 자신이 걸어가려는 반대방향으로 다시 돌아섰다. 입술을 즈려물었다. 언젠간 진짜 죽여버리고 말겠어. 짜증스럽게 중얼거린 오키타는 눈에 보이는 공원으로 들어섰다. 터벅터벅 걷고 있는 그 앞에, 익숙한 이가 벤치에 앉아 늘 챙겨다니는 먹을거리를 오물거리고 있었다. "또 땡땡이치는거냐, 해? 이 세금 도둑." 무시하고 지나치려는 걸음을 막은 것은 벤치에 앉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