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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한 대만 빌려줄래요."
우산 아래로 낮은 목소리가 파고들어왔다. 발목으로 튀는 빗방울의 차가움이 털어버리기에도 귀찮을 정도로 작게 달라붙었다. 슬쩍 들어보인 우산의 앞에는 비에 홀딱 젖은 물 빠진 검은 머리카락이 비쳤다. 익숙하지 않은 적색의 눈동자가 서글서글한 미소를 띄우며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얼룩덜룩한 검은색의 염색한 머리카락 사이에서 언뜻 은빛이 보였다. 본연의 머리 색깔이 은색인걸까. 히지카타는 눈동자를 마주친 짧은 시간, 생각했다.
검은색 장우산의 크기는 컸다. 성인 남자 둘이 같이 쓰고 있기에는 작은 감이 없지 않았으나, 한 쪽 어깨를 적시는 것만 감수한다면 그럭저럭 함께 쓰고 있을만은 했다. 넉살 좋게 우산 아래로 침범해 온 그는 품 안에서 담배를 꺼내 드는 히지카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 개비가 쑤욱 딸려나와 손가락 사이에 걸렸다. 젖은 손 때문에 필터의 한 부분이 축축해져갔지만 그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 눈치였다. 씩 웃으며 입술에 그것을 무는 그를 보며 히지카타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100엔도 안되는 싸구려 라이터는 엄지손가락을 몇 번 퉁겨도 불이 잘 안 붙기 일쑤였다. 알 수 없는 초조함과 답답함에 몇 번을 더 튕겨봐도 불은 뜻대로 붙지 않았다. 저기. 죄송하지만 이 쪽 좀. 우산 아래 울리는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담배를 입에 문 채 고개를 돌리는 그의 얼굴이 가까웠다. 히지카타는 담배를 빨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잊고 숨을 멈추었다. 씩 웃으며 올려보는 얼굴에 사고회로가 정지함을 느꼈다. 멍하게 그가 담배를 빨아들이는 모습을 보다, 다시 한번 눈이 마주치자 히지카타는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하얗게 변한 담뱃재들이 아래로 휘날렸다. 축축하게 젖어오는 어깨. 조금 닿아있는 다른 쪽 어깨가 따뜻했다. 미적지근한 온도로 젖어있는 그의 옷과, 맞닿은 체온이 나쁘지 않았다.
맞담배가 넘나 보고싶었던 것.
언젠가 이을지도....?
"담배 한 대만 빌려줄래요."
우산 아래로 낮은 목소리가 파고들어왔다. 발목으로 튀는 빗방울의 차가움이 털어버리기에도 귀찮을 정도로 작게 달라붙었다. 슬쩍 들어보인 우산의 앞에는 비에 홀딱 젖은 물 빠진 검은 머리카락이 비쳤다. 익숙하지 않은 적색의 눈동자가 서글서글한 미소를 띄우며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얼룩덜룩한 검은색의 염색한 머리카락 사이에서 언뜻 은빛이 보였다. 본연의 머리 색깔이 은색인걸까. 히지카타는 눈동자를 마주친 짧은 시간, 생각했다.
검은색 장우산의 크기는 컸다. 성인 남자 둘이 같이 쓰고 있기에는 작은 감이 없지 않았으나, 한 쪽 어깨를 적시는 것만 감수한다면 그럭저럭 함께 쓰고 있을만은 했다. 넉살 좋게 우산 아래로 침범해 온 그는 품 안에서 담배를 꺼내 드는 히지카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 개비가 쑤욱 딸려나와 손가락 사이에 걸렸다. 젖은 손 때문에 필터의 한 부분이 축축해져갔지만 그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 눈치였다. 씩 웃으며 입술에 그것을 무는 그를 보며 히지카타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100엔도 안되는 싸구려 라이터는 엄지손가락을 몇 번 퉁겨도 불이 잘 안 붙기 일쑤였다. 알 수 없는 초조함과 답답함에 몇 번을 더 튕겨봐도 불은 뜻대로 붙지 않았다. 저기. 죄송하지만 이 쪽 좀. 우산 아래 울리는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담배를 입에 문 채 고개를 돌리는 그의 얼굴이 가까웠다. 히지카타는 담배를 빨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잊고 숨을 멈추었다. 씩 웃으며 올려보는 얼굴에 사고회로가 정지함을 느꼈다. 멍하게 그가 담배를 빨아들이는 모습을 보다, 다시 한번 눈이 마주치자 히지카타는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하얗게 변한 담뱃재들이 아래로 휘날렸다. 축축하게 젖어오는 어깨. 조금 닿아있는 다른 쪽 어깨가 따뜻했다. 미적지근한 온도로 젖어있는 그의 옷과, 맞닿은 체온이 나쁘지 않았다.
맞담배가 넘나 보고싶었던 것.
언젠가 이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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