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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른 조각글

긴른 조각글 2

Azyz 2016. 8. 13. 15:51







2.



이건 아니지. 이건 진짜 아니지.

허리가 욱씬거렸다. 평소라면 잘만 떠들어댔을 어느 몸 부위에 대해 사카타는 입도 벙긋 못하며 그곳에 대한 아픔을 속으로 삼켰다. 천진한 얼굴로 쳐자는 제 옆의 인간을 보자니 어이가 없어서 당장에라도 염라대왕과 한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제 허리를 두른 팔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어, 이젠 무어라 따질 힘조차 없었다. 이 개자식아, 순결한 긴씨를 따먹고도 잠이 오세요?









3.


아, 뭐야. 동정 군이잖아.
..정말 네 놈의 상스러운 말투는 따라갈 수가 없군. 대체 누가 동정이냐. 아. 너 말하는 거냐?

이골이 난 얼굴로 품안에서 담배를 쥐어든 히지카타는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굴었으면서도 이내 빡빡하게 대꾸했다. 경단을 먹고 있던 긴토키가 슬핏 얼굴을 구겼다. 뭐. 힐끔 눈길을 준 히지카타가 말 없이 표정으로 반항했다. 당연하다는 듯 모양도 요상한 라이터로 담배 끄트머리에 불을 붙이며 입술로 필터를 자근자근 물고있던 히지카타는 담배를 빼앗아가는 손 덕분에 얼빠진 표정으로 손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가히 좋지 못한 눈길이었다.

너 때문에 먹을 때 경단 맛이 안나고 담배 맛이 난다고.

겨우 한모금 빨았을 뿐인 장초를 툭 거리에 내던진 긴토키가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매서운 눈매가 제법 무섭게 가늘어지며 입술이 열렸다. 그거야 네 놈 사정이지. 잘생겨서 심보가 뒤틀린 것일까, 왠지 평소보다 더 재수없는 그 말에 긴토키가 짜증스럽게 히지카타를 쳐다보았다.

너 담배 안피는데도 담배냄새 난다. 몇 대나 핀거야? 자꾸 그러면 기껏 잘생긴 얼굴에 홀려서 오던 여자들도 다 달아나.
바란 적도 없어.
에이, 재수없는 동정 군. 그러니까 네가 동정이지.
대체 누가 동정이란거야? 자기소개냐?

옅은 색소의 적색 눈동자가 나른하게 떠올린 눈꺼풀에 반쯤 가려져 웃었다. 히지카타의 입꼬리는 일자로 다물렸다. 사뭇 낮은 목소리가 히지카타의 귓가에 속삭였다.

여자를 상대로는 그럴지도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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