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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른 조각글

긴른 조각글 5

Azyz 2016. 8. 17. 01:00













8.



나도 팥빵 좋아하는데.

씨익 웃으며 하나를 채가고는 하는 말이었다. 그것보다 어떻게 알았습니까아!! 감시자의 역할로서 길거리에 숨어있던 야마자키는 제 옆에 쭈그려 앉아 팥빵을 베어무는 긴토키를 보며 기겁했다. 여기까지 와서 남의 식량을 탐내다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 야마자키가 툴툴대면서도 팥빵이 가득한 봉지를 품 안에서 넘기자 긴토키가 입이랑 행동이 다르다며 키득키득 웃었다.

형씨가 이러는 거 알면 저 부장한테 혼나요.

야마자키가 우울한 듯이 말하자 옆에 앉아있던 긴토키가 친근하게 야마자키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다독였다. 왜? 나 때문에 일 안한다고? 여튼 그 자식이 못살게 굴면 우리집으로 도망쳐. 내가 숨겨줄게. 이래봬도 은혜는 갚는다고? 낮게 속삭이는 말에 다른 곳에 반응이 일어난 야마자키는 당황해하며 벌떡 일어섰다. 엉거주춤 뒤로 물러나 주저 앉게 된 긴토키가 멍한 얼굴로 야마자키를 올려보았다. 귀끝이 새빨개진 야마자키가 더듬거리며 소리쳤다.

형씨때문이 아니라 제가 일을 못해서 그럽니다!

여전히 얼 빠진 표정인 긴토키를 뒤로 한 채 야마자키가 후다닥 인파 쪽으로 사라졌다.

엑. 반응이 왜 저래. 내가 너무 느끼했나? 하긴. 집으로 도망치라는 말은 선사시대에도 안먹힐 유혹이지.
긴토키가 새초롬하게 웃었다.







9.





카구라. 사다하루 데리고 나가.

... 알았다, 해. 엄마는 산책 갔다 올 테니까 집안 물건 부숴먹지말고 잘 화해해라, 해.

카구라가 거들먹거리며 나간 뒤로 잠시간 집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한쪽 눈썹을 못마땅하다는 듯 들어올린 히지카타가 긴토키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망할 놈의 그 가게 그만 두랬지.

흥, 애 아빠가 쥐꼬리만큼 벌어오는데 어떻게 그래? 험한 일 안해도 돈 잘쳐주는데는 거기뿐이란 말이지.

애 아빠는 무슨 애 아빠야! 임신할 마음이라도 생겼나? 오냐, 임신이라도 하면 까짓 거 월급 타다 네 놈 머리에 부어주마.

그래? 그럼 부어야겠네.

뭐?

긴토키가 방금까지 대치를 이루며 서있던 자세를 풀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느리게 다리를 꼬아서는 한 쪽 다리를 건들거렸다. 상황파악이 되지 못한 히지카타가 여전히 여차하면 진검이라도 뽑아들 태세로 서있자 긴토키는 피식 웃는 소리를 냈다. 소파 등받이에 두 팔을 걸은 채 그가 이내 거만하게 턱을 치켜 올렸다. 히지카타의 낯빛이 점점 경악으로 치달아갔다.

왜? 임신하면 머리에 돈 부어주겠다면서? 빨리 은행갔다와. 하늘같은 아내님한테 돈 바쳐야지. 안 그래, 애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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