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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른 조각글

긴른 조각글 1

Azyz 2016. 8. 12. 12:40






1.




아오.
넌더리가 난다는 듯 시선이 얽혔다. 그 표정은 이쪽에서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짜증스럽게 응수하려던 외침은 결국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걸음을 딛는 순간 평형 감각이라도 잃은 듯 휘청거리는 몸을 보곤 저도 모르게 다가서려 했기 때문이다. 끝으로 갈 수록 하늘색처럼 빛나는 은발이 나풀거렸다. 그렇게 쳐맞고도 멀쩡해보이는 얼굴에 다시금 짜증이 솟았었지만 역시나 얼굴에만 상처가 덜한 것이었다. 이제보니 귀 부근에선 핏방울이 톡톡 거리며 검은 옷에 스며들고 있었다.

와, 넘어질 뻔 했다.
짧은 감탄사와 함께 겨우 중심을 잡은 그가 여전히 허리를 굽힌채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지켜보는 히지카타의 분노가 단전부터 끓어올랐다. 얼 빠진 얼굴로 노려보는 시선에 긴토키가 고개를 들으며 웃었다.

야, 표정 좀 풀어. 내가 그 놈들 다 패주고 온 거라고.

히지카타는 입을 다물었다. 네 놈이 무슨 전설의 100대 1이냐? 그것보단 지금 네 상처도 만만치 않거든? 입을 열면 금방에라도 백마디가 튀어나올 수 있었다. 그런 무시무시한 히지카타의 표정을 지난 5년 넘게 봐 온 그는 알아서 꼬리를 말았다. 편한대로 세상을 살고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일을 벌여대는 긴토키에게 잔소리를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아온 히지카타처럼, 자신이 무엇을 하던 사사건건 잔소리를 해대는 히지카타를 알아온 긴토키였다. 둘의 다른 점이라면, 히지카타는 막무가내인 긴토키를 때려 눕히지 않고서야 말로는 막을 재량이 없었고, 긴토키는 히지카타를 늘 약올리면서도 제게 아무 말도 못하도록 하는 강수가 있었다.

얼굴은 안다쳤는데. 입으로 한번 빼줄까?

오직 히지카타에게만 보이는 색스러운 미소가 긴토키의 얼굴에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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