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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른 조각글

긴른 조각글 6

Azyz 2016. 8. 17. 01:03







10.





제 품으로 파고드는 분홍빛 머리카락을 슥슥 쓸으며 긴토키는 창에 머리를 기댔다. 스쳐지나가는 풍경에 빗방울이 끼어들었다. 사선으로 생겨나는 비의 흔적에 긴토키는 다시금 제 어깨에 파묻은 머리통을 내려보았다.

형. 날 미워하지 마요.

이윽고 건조하게 내뱉어진 소리를 무시하며, 긴토키는 다시 창에 머리를 기대었다. 허리를 껴안은 손길이 이내 배를 쓰다듬었다. 티도 나지 않는 것을 벌써부터 애간장이 타는듯 아슬아슬한 손으로 문지른다.

카구라에겐 말하지 말고, 이 애도 네가 데려가.

차갑게 내치듯 말하는 말은 그저 어쩔 수 없이 떠맡은 강제임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카무이는 그저 드러난 그의 목덜미에 모른 척 입을 맞추었다.




여섯 달 후 태어날 아이는, 모체를 닮아 희게 빛나는 머리카락과 유순한 눈매를 가졌고, 제 아버지와 같은 야토족이었다.








11.






아 씨, 너 진짜 작작 좀 하란 말이야. 이, 키도 작은 게.
그러는 너는 얼마나 크다고 생색이야. 남말하고 있네.
내 입술을 하루가 멀다하고 물어뜯는 인간아. 짜증 나니까 머리 좀 치워.
너야말로 내 머리카락 그만 잡아뜯어. 순진한 새색시 모드해도 소용없거든?

결국 먼저 반응을 보인 긴토키가 눈을 찔러버리겠다며 두 손가락을 위협적으로 드는 통에 카츠라가 나섰다. 한숨을 내쉬는 카츠라의 얼굴에 피곤이 가득했다. 밤 내내 숨기려는 기척도 없이 큰 소리를 내며 야단법썩을 떨던 둘 때문에 한숨도 못잔 카츠라가 그답지않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둘의 머리통을 맞부딪히게 해버렸다.

즈라!!!!

이마를 붙잡으며 떨어진 긴토키와 타카스기가 화가 난 목소리로 동시에 외쳤다.

즈라 아니다. 카츠라다. 그리고 너네야말로 작작해. 밤새 앙앙댄건 대체 누구야? 너냐, 타카스기? 아니면 너냐, 사카타?

둘의 입은 다물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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