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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른 조각글

긴른 조각글 7

Azyz 2016. 8. 17. 01:04







13.




안 돼.

금발의 머리카락이 눈 앞에서 살랑거렸다.

약점을 보완한다며 사람의 피부처럼 느껴지는 살결과 진짜로 따뜻한 체온을 가지고 돌아왔던 그는 너무 늦었다며 달이 뜬 하늘을 바라보던 이에게 두꺼운 이불을 얹혔었다. 바람이 울고 산이 침묵하는 깊은 곳에서, 그는 죽은듯이 잠을 자는 이의 얼굴을 하염없이 보았다. 이윽고 그의 볼을 따라 의미없는 물방울이 누워있던 이의 손을 적실 때, 그가 사랑하는 이는 눈을 떴다.

미안.

짧은 너의 한마디가 심장을 죄었다.

세상이 불 타고. 인간이 죽고. 별은 황폐해져 아무도 찾지 않는 버려진 행성이 되었을 때. 모두가 등을 질 순간조차 없었던 그 때에. 너마저 나를 버리고 가지는 마. 타들어가는 목소리와 꺼져가는 회로를 악물고 버틸 때. 모두와 함께하는 죽음을 홀로 맞이하지 못한 너를 보았을 때. 새하얀 빛이 태양에 닿아 산란할 때. 네가 홀로 남을까 두려울 때.

너보다는 내가 더 오래 살 거 같네.

달처럼 하얗게 웃는 그 얼굴이 태양처럼 빛나던 금색의 머리카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금색을 치장한 이는 결국 눈을 감는다. 누워있던 그는 이를 악물었다.

무릎 꿇은 이의 마지막 고동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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